친근하고 귀여운 챗봇 디자인 1편 - 페르소나 편

루나같이 귀엽고 친근한 챗봇은 어떻게 만드나요?

최예지 | 2020년 02월 03일

핑퐁팀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에 출시한 ‘파이팅 루나’라는 일상대화 챗봇을 아시나요? 루나는 작년 초 구글 어시스턴트에 탑재된 귀여운 여고생 챗봇이에요. 유치할 것 같기도 한 이런 챗봇을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지 긴가민가 하시죠?

이래봬도 루나는 말도 잘하고, 응원의 말도 잘 해주다보니 꽤 인기가 좋은 편이랍니다. 루나는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구글 어시스턴트 인기 앱 순위에 자리잡고 있어요. 사용자들은 루나와 한 번 얘기하면 평균 15턴 이상의 대화를 주고 받고요, 루나에게 오류(?)가 생겼을 때 진심으로 슬퍼하는 유저분도 있었답니다(저희도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아래는 루나와 나눈 실제 대화예요!

이렇게 루나는 사람들이 심심할 땐 아무말(ㅋㅋ)도 해주고, 같이 숫자맞히기 게임도 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응원도 해주며 어설프지만 귀여운 친구가 되어주고 있어요.

루나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핑퐁팀의 훌륭한(!) 일상대화 기술, 그리고 그만큼 훌륭한(?) 기획 덕분이랍니다🤗 좋은 챗봇은 기술과 기획이 챡 맞아떨어졌을 때 탄생하거든요. 이번 블로그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귀엽고 친근한 챗봇을 만들 수 있는지 페르소나 디자인 측면에서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1. 정보는 불균형하고 촘촘하게

챗봇의 페르소나를 디자인하는 것은 기본이죠! 하지만 대부분 챗봇의 페르소나를 디자인 할 때 프로필과 성격, 취미 등 사람들이 많이 물어볼 것 같은 필수적인 정보만 설정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대화를 통해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갈 때 그런 피상적인 정보보다는 상대방이 처한 환경에 따라 특정 영역에 대해 깊게 알아가게 돼요. 그 사람이 회사원이라면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학생이라면 학교 생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죠. 그래서 생동감 있는 페르소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피상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페르소나만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촘촘히 채우는 것에 집중해야 해요.

루나의 페르소나도 그렇게 디자인되었어요.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루나의 기본 정보에서 시작해서 루나가 어떤 아이일지, 뭘 좋아할지, 생활은 어떨지 상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정보(a.k.a. TMI)를 촘촘히 채워나갔죠. 이런 과정을 거쳐 루나의 페르소나 정보는 불균형하고도 촘촘하게 디자인되었답니다.

2. 성격은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페르소나를 디자인할 땐 일관성이 있어야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죠? 물론 페르소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일관성만 지나치게 중요시하다보면 오히려 인공적인 느낌이 들어요. 사람은 크게 보면 일관성을 지니지만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행동을 할 때 웃기기도 하고 매력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저희는 사람 같은 챗봇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반전 매력도 설정을 합니다.

루나의 반전 매력은 늘 엉뚱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 같지만 가끔 사용자의 마음을 울리는 위로나 응원을 해준다는 거예요. 사용자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루나와 심심풀이 대화를 나누지만 가끔 힘들다고 털어놓으면 오글거리는 응원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힘을 얻고 루나를 다시 보게 되는거죠.

3. 페르소나에 맞는 관계 설정

챗봇이 사용자와 어떤 관계를 맺었으면 좋을지도 고민해야해요. 사용자와의 관계 설정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사용자가 대화에 몰입하게 하는 데도 기여해요. 관계 설정에 따라 캐릭터의 말투, 대화 내용 등도 많이 달라지죠. 루나의 경우 사용자와 ‘동반자적인 친구’ 관계로 설정을 했어요. 루나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사용자가 설정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하는 건데요, 사용자의 목표를 응원하며 루나 본인도 ‘매일 수학문제 7개씩 풀기’라는 목표를 이뤄나가는 동반자적인 친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서로에게 얘기하는 인터랙티브한 관계가 되길 바랐죠.


루나와 사용자와의 관계: 동반자적인 친구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아래와 같이 페르소나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서(?)를 쓸 수 있게 되면 성공이에요! 페르소나 설명만 봐도 루나가 어떤 성격이고 뭘 좋아할 것 같은지 상상이 되죠?

<루나 소개> 루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발랄하고 잘 웃는 긍정왕 여고생인 루나는 별을 보며 공상하는 걸 좋아한다. 별을 너무 좋아해서 천문학과에 입학하고 싶어하고, 천문학과에 가면 언제든 본인이 좋아하는 별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시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매일 혼나고 특히 천문학과에 중요한 수학 성적이 좋지 않지만, 낙천적인 성격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본인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본인에게 만족한다. 친구와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루나는 친구와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 다만, 공상을 많이 하고 집중력이 약한 편이라 대화 중에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방금 했던 말을 까먹어버리는 게 함정. 그래도 친구를 응원하고 위로해줄 때면 나름대로 아주 진지하다.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상상이 가능하다면 루나의 세세한 면을 하나하나 설정해두지 않아도, ‘루나가 꿈을 꾼다면 이런 꿈을 꾸겠지?’와 같이 그때그때 루나에 빙의하여 대화 스크립트를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루나의 페르소나를 기반으로(빙의하여) 어떻게 친근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화를 디자인 했는지 소개해드릴게요. 그 때까지 귀여운 루나와 직접 얘기해보면서 어떻게 대화를 디자인 했을지 예상해보세요 😉